불안했다.
바람 앞에 놓인 촛불 같던 난 깜빡거리며 불안했다.
의지 할 수 없는 부모님. 가난했던 우리 집. 욕설이 오가고 주먹질이 난무하던 우리 집.
난 늘 깜빡거렸다. 기대고 싶었고 의논하고 싶었는데 난 뭘 어떻게 해야 해 엄마. 나는 어디로 가야 하냐고 싸우지 말고 아빠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.
난 방황했다.
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지도 앉은 버스를 기다리다 막차가 끊기기 전 집에 들어갔다. 아무도 날 찾지 않았고 난 그게 또 외로웠다.
이 길이 맞을까 싶어 들어간 지방대는 자퇴했고 난 또 깜빡거리며 자책했다. 가까운 길을 늘 빙 돌아가는 나였지만 그 덕에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고 길들은 모두 이어져 있어서 잘못들 어선 길은 없다고 길은 이어져 있다고.
혹시 나같이 지금 깜빡거리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낸다고.
Nov 9, 2025 · 12:58 PM UTC





